[기고] 층운은 햇빛 반사 지구 식히고, 권운은 열 방출 차단 ‘복잡계 구름’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경향신문 2018. 10. 25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0252123005&code=610103&s_code=am021

파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은 대기의 변화무쌍한 흐름에 맞춰 다채로운 색깔과 모양을 뽐낸다. 그래서 최인훈은 그의 소설 <광장>에서 “내 나라 하늘은 곱기가 지랄이다”라고 했었을 거다. 한편 이 다양한 구름은 날씨를 예측하거나 기후변화를 전망할 때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 구름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구름을 ‘표면이 없는 물체’라고 표현했다. 하늘에 뜬 구름은 시기에 따라, 높이에 따라, 기상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모양을 띠기 때문이다. 이처럼 구름은 덧없이 시간 속을 떠돌면서 엉키고 풀어지고 사라진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보다 다양한 높이, 다양한 형태로 구름이 끼면 입체감 때문에 하늘이 더 깊고 넓어 보인다.

구름은 태양 빛과 어우러져 다양한 색깔로 자신과 하늘을 물들인다. 미국의 자연주의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눈물을 가득 머금은 구름에 비친 태양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라고 했다. 해돋이도, 해넘이도 구름 한 점 없는 경우보다 어느 정도 구름과 어우러질 때 그 붉은 장엄함이 더욱 빛을 발하고 아름답다. 그러고 보면 뻔한 단조로움보다는 불확정적인 다양함에 우리 마음이 더 끌리는가 보다.

덧없이 생겼다 사라지는 모습에 내재한 구름의 아름다움과 미적 매력은 화가, 시인, 사진작가 등 많은 사람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었다.

이처럼 인류는 감성적으로 구름을 느껴온 것과 함께 이성적으로 구름을 이해하려 했다. 모든 자연과학은 대상을 분류하고 이름을 붙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데, 구름 역시 마찬가지다.

구름 분류체계는 1803년 영국 아마추어 기상학자 류크 하워드가 만든 것을 따르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1896년에 세계기상기구(WMO)는 ‘국제구름도감’을 만들었다. 대표적인 구름은 적운, 층운과 권운이며, 기본 운형은 열 가지로 이루어진다. 기본 운형은 다시 모양, 두께, 위치 등 각각의 특징에 따라 세분되어 다시 약 100여 종류로 나누어진다. 100년이 지난 1986년에 프랑스 파리에 모인 기상학자들은 새로운 구름 분류에 대해 합의하였는데, 이때 분류해 놓은 구름 이름은 163개였다. 이를 다시 30년 만인 2017년에 구름도감 개정판을 WMO가 발표했다. 여기에 새로운 구름 12개가 추가됐다.

적운은 ‘덩어리져’ 있다는 뜻이며, 맑은 날에 볼 수 있다. 우리말로는 ‘뭉게구름’이라고 한다. 적운은 꽃양배추 머리와 같은 흰 소용돌이를 닮았다. 아이들이 풍경화를 그릴 때 하늘에 주로 그리는 구름이다. 이처럼 적운은 구름의 다양한 형태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이고 포근하며 친근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각국 기상청에서 구름을 나타내는 아이콘으로 뭉게구름을 사용한다. 또한 궁궐과 절의 단청 문양이나 불화, 청화백자, 목공예 등에서도 뭉게구름 무늬를 쉽게 볼 수 있다.

층운은 편평하게 폭넓게 퍼진 채 우중충한 회색 하늘로 드러난다. 층운이 끼면 하늘이 낮아져 답답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층운이 없다면 구름 속을 걷는 특별한 느낌을 만끽할 수 없다. 땅바닥까지 내려와 우리와 함께하는 구름은 층운밖에 없다. 이렇게 땅 위로 내려앉은 층운을 안개라고 한다.

가장 높은 구름인 권운은 우리말로 ‘새털구름’이다. 이 구름은 하늘 높이 떠 있는 얼음 결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얼음 결정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상층 바람에 흩날리면 꼬리 부분이 엷고 고운 터럭 모양으로 나타난다.

대부분 구름은 솜털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아주 험악한 날씨와 마주쳤을 때, 그 주인공인 적란운이다. 우리말 이름으로 ‘쌘비구름’이라 한다. 이 구름은 폭우, 우박, 강풍, 번개, 눈보라 등을 품고 있고, 그 에너지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10개와 맞먹는다. 적란운은 구름 중에 가장 무거운데, 평균 무게가 초대형 여객기인 에어버스 A380과 비슷한 400t이다. 놀랍게도 이 구름은 400t의 물을 공중에 뜨게 만든다. ‘뜬구름 잡기’란 말은 적어도 적란운 앞에선 통하지 않는다.

영어 ‘to be on cloud nine’이라는 말은 ‘날아갈 듯 지극히 행복한 기분’을 뜻한다. 이 말의 연원은 1896년 만들어진 국제구름도감에서 열 가지로 분류된 구름 목록에서 9번째가 바로 적란운이라는 데 있다. 적란운은 모든 구름 중 가장 높이 치솟는다. 가장 위험한 구름인 클라우드 나인은 세상 꼭대기에 앉아 있는 황홀한 기분을 의미한다. 이렇게 위험과 황홀은 함께 묶여 있다.

인간도 구름을 만든다. 비행기가 지나간 자리에 생기는 가늘고 긴 직선형의 구름이다. 비행기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수증기와 먼지가 만들어낸 구름이다. 이 연약해 보이는 구름도 날씨에 영향을 미친다. 2001년 9·11테러 직후 며칠 동안 미국 내 모든 상업 비행이 중단되었다. 비행운이 사라지자 평소보다 낮에는 더 많은 태양 빛이 지상에 와 닿고 밤에는 더 많은 지구 열이 우주로 빠져나갔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 낮과 밤의 일교차가 더 커졌다고 한다.

얼굴 표정이 사람의 마음이며 몸의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이듯, 다양한 구름은 각기 다른 날씨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구름은 태양열이 지표면을 가열하여 공기 덩이가 상승하는 대류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저기압 안에서 차가운 공기 위로 따뜻한 공기가 상승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저기압 안에서도 한랭전선과 온난전선에서 생기는 구름은 서로 다르며, 온난전선에서는 그 높이에 따라 다른 구름이 생겨난다.

구름은 각기 모양은 다르지만 만들어지는 과정은 같다. 수증기를 담고 상승한 공기는 높은 고도에서 기압이 낮아져 팽창하여 차가워진다. 기온이 차가워질수록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이 줄어든다. 따라서 대기에 더 담을 수 없게 된 수증기가 구름방울로 응결해 구름을 만들어낸다. 구름 안에는 ㎥당 100억개 정도의 구름방울이 들어 있다. 구름방울은 크고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 모든 색깔의 빛을 산란시킨다. 이 모든 색깔의 빛이 다 모여 구름은 하얗게 보인다.

구름방울은 중력 때문에 아래로 떨어지려 하나 공기 저항으로 아주 느리게 낙하한다. 구름방울 지름은 평균 5~15㎛이다. 구름방울은 상승기류가 있으면 쉽게 날아오를 수 있고, 바람에 따라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다. 10㎛의 구름방울이 낙하하는 속력은 초속 1㎝에 불과하므로 사라지는 순간까지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다.

물은 표면적을 작게 하려는 성질이 있으므로 이론적으로 작은 크기의 구름방울이 모여 빗방울이 될 수 없다. 공중에 떠 있는 먼지에 수증기가 달라붙어 물방울이 커지기 때문에 비가 내린다. 즉 먼지는 구름을 만들 때 응결핵으로 작용한다.

우리는 먼지 없는 세상을 바란다. 그러나 너무 깨끗한 세상은 숨 막히게 무더울 수 있다. 먼지가 하나도 없다면 상대습도가 300% 이상이 될 때까지도 구름방울이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여름철에는 한증막 상태에 이르고, 다른 계절에도 비나 눈이 내리지 않을 것이다.

구름방울 크기가 100㎛보다 더 커지면 빗방울이 되어 떨어진다. 이렇게 구름은 비로 떨어져 하늘과 땅 사이에서 물의 소통을 주관한다. 바다에서 증발한 물이 구름이 되고 대지에 비를 내린다. 비는 땅속을 적시고 시냇물로 흘러 강이 되고 다시 바다가 된다. 이때 증발한 물은 대기에 평균 10일 정도 머물고 빗물이 되기 전까지 대략 1000㎞를 이동한다. 이처럼 구름은 우리에게 물을 가져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물순환이 모든 생명을 키우고 문명을 지속시킨다. 또한 구름이 비가 되어 지상으로 되돌아갈 때 대기 중에 축적된 먼지를 쓸어내려 파란 하늘이 드러나게도 한다.

기후변화 관점에서 구름은 지구온난화를 조정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이다. 구름은 지상으로부터 올라오는 열을 가두어 대기에 다시 뱉어내어 지구를 온난화시킨다. 반면, 구름은 햇빛을 다시 우주 공간으로 반사해 지구를 냉각시킨다. 이와 같은 구름의 서로 다른 영향이 어떻게 변할지가 지구온난화를 약화할지, 강화할지를 결정한다. 이때 어떤 종류의 구름이 늘거나 주는지가 중요하다. 낮고 두껍게 깔린 층운은 햇빛을 다시 우주로 반사해 지구를 냉각시킨다.

반면, 높고 얇은 권운은 햇빛을 통과시키지만, 지구 열이 우주로 다시 나가는 것을 막아 지구를 온난화시킨다.

황사, 화산재, 바닷소금과 꽃가루 등 자연 먼지뿐만이 아니라 인간이 배출한 황산염이나 질산염도 구름 응결핵으로 작용한다. 이들은 자연 먼지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대기권에 오래 머물며 작은 물방울을 더 많이 만든다.

작은 물방울을 가진 구름은 더 밝고 더 오래가는데, 이는 더 많은 햇빛을 반사한다. 이 과정을 통해 인간이 만든 먼지가 기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구름은 종류뿐만이 아니라 위치, 수분함량, 구름방울의 크기, 모양과 수명 중 한 가지라도 변화가 있으면 지구가 더워지고 식는 정도가 달라진다. 또한 미세한 구름방울이 형성되어 빗방울로 뭉치는 보이지 않는 세계뿐만이 아니라 대규모의 구름 흐름까지 다양한 규모의 과정을 모두 이해해야 기후변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구름이 기후변화에 반응하여 어떻게 변하는지, 그 변화된 구름이 다시 기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아야 한다.

이처럼 구름은 그 주변과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미세물리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대기 과정 중 대표적인 복잡계이므로 예측하기 어렵다. 거리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먼 곳에서 바라본 큰 구름과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구름은 그 크기의 차이를 식별할 수 없다. 이 규모 불변성은 복잡계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큰 구름이라고 해서 작은 구름과 특별히 다른 원인을 가지지 않으므로 원인으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에서도 기후변화를 전망할 때 구름은 가장 큰 불확실한 원인임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고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건 아니다. 구름의 불확실성이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의 확실성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과학은 확실한 것만이 아니라 불확실한 것도 함께 말할 수 있다.

드넓게 펼쳐진 하늘에는 아직 알지 못하는 수많은 구름 이야기가 있다. 또한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을 알기 위해 지상뿐만이 아니라 우주에서도 구름의 변화와 흐름을 살피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구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더 이해할 수 있고 계속해서 질문을 할 것이다. 이것은 인류가 미래에도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