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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칼럼]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상예보 - 변희룡 명예회장(부경대)
작성자 기상학회  
글정보 작성일 : 2017년 05월 30일 11:36 , 읽음 : 240

[과학에세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상예보
변희룡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명예교수

국제신문 2017. 5. 29 게재
원문보기: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170530.22030190614

도둑고양이처럼 다가와서 호랑이처럼 입을 쩍 벌리면서 위협하는 이 괴물을 사람들은 제4차 산업혁명이라 부른다. 1차는 증기기관으로, 2차는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으로, 3차는 인터넷과 자동화 시스템으로 시작하여 매번 사회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빅 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모바일 등의 4가지로 요약되는 4차는 더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사회는 각각 제 분야에 적합한 '효율성을 극대화한 산업형태'를 추구하며 이 혁명에 대비한다. 기상 분야의 목표는 '완전기상'이다. 이는 열 속과 수분 속의 관측과 예측을 초미세 격자로 구분하면서도 전 지구를 모두 취급하는 체제를 의미한다. 이 체제가 완성되면 우선 수치 모델에서 경계치 문제가 해결된다. 그래서 강수량, 기온, 그리고 날씨의 예측이 더 정밀·정확해진다.

그 후부터 기상정보는 무한경쟁하는 시장성 상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전 지구영역에 걸쳐 예보를 지원하는 기상기업이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아졌다. 영국만 봐도, BBCweather, UKweatherworld, Weatheronline, Yourweather, UKweatherworld, weatherhq, Unisys Weather 등의 기업이 각기 독자적 전 지구 예보로 주인없는 세계 기상시장을 누빈다. 미국, 일본, 카나다, 노르웨이는 당연하고 중국마저 이미 시작했다. weatherhq는 한 번 접속만 하면 이튿날부터 바로 내 집의 일기예보를 매일 배달해 준다.

이런 시대 조류를 한국만 모른다. 기상청에서는 몇 개의 외국도시의 기상 실황만을 중계해주고, Kweatherrk 162개 도시만 예보를 간단하게 소개해 주는 정도이다. 많은 기상기업이 장비 중계상으로 변신했지만, 수출 품목은 단 한 개다. 상장기업은 없다. 이대로는 전 지구를 공략하는 국제기상기업들과 경쟁이 안 되니, 4차 혁명이 종료되기 전에 국산 기상예보는 전멸할지 모른다. 왜 이렇게 한국만 다른가? 기상예보에 대한 정부규제문제에서 해답이 발견된다.

'미국판 권리장전'이라고도 불리는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는,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법조항을 원천봉쇄한다. 누가 어떤 예보를 하건 정부는 간섭하지 못한다. 연 9조 원의 기상시장은 그래서 형성되었다. 영국의 ECMWF와 metoffice는 둘 다 국립기관인데도 각각 독자적 예보로 경쟁을 벌인다. 권리장전의 원조이니 규제란 없다. 호주도 국립 기상청 두 개가 서로 경쟁한다. 그 외 어느 국가에서도 정부 규제는 찾기 어렵다. 일본에는 규제가 있으나 예보발표를 허가받은 입이 약 5000개다. 한국만 다르다.

기상 기사의 자격증, 2년 이상의 실무경험, 다시 기상청 교육, 다시 기상 예보사의 면허증, 사무실 구비 등등이 한국에서 기상예보업의 등록을 위한 최소 조건이다. 이 등록은 언제든지 취소당할 수 있다. 2008년 전후 기상산업진흥법의 규제는 더 강화되었다. '일정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사업자로 등록하여 영업할 수 있다'는 정부 발표는 그 요건이란 것이 세계 최대란 말을 뒤로 감춘 기만 행위이다. 등록기업이 겨우 26개인 것이 증거다.

'지구상에서 특보를 민간에게 허용한 나라는 없다'는 정부 발표도 기만이다. '태풍경보 제 7호' 하는 식의 경보를 정부가 전담하는 법조항이, 외국에서는 일본에서만 발견된다. 한국은 그 위에 주의보와 경고까지 모두 합해 특보라 정의하고는 정부가 독점했다. '국민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선의'라는 변명 또한 기만이다. 가뭄 등 12개의 재해만 특보하는 정부가, 다른 많은 재해는 아무도 특보를 못하게 막아 놓은 것이 선의일 수는 없다. 그래서 국산예보는 국내에서도 경쟁력이 약하다.

미국의 날씨예보나 일본의 태풍예보를 국산보다 더 신뢰하는 한국인이 늘어나고 있다. 영국의 공격적 예보 마케팅을 한국인이 한 번만 접하면 국산예보는 안 보게 될 것이다. 이런 현실을 모르니 그동안의 기상예측사업은 정치인 낙하산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기회는 있다. 일자리 창출, 예보기술 발달, 시장 활성화 등을 도모할 수 있다. 규제는 풀면 된다. 전 지구 예보는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최선의 예보를 가려내는 기술, 즉 예보의 적중률 평가기술 한 가지만 잘 개발하면 선두 주자가 될 수도 있다. 누가 최고의 예보를 생산하는지 아직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안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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